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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여정/단상

[단상] 질서의 하나님?

맑은바람청풍 2017. 8. 20. 15:16

[단상] 질서의 하나님?

 

 

고전14:33,40(하나님은 어지러움의 하나님이 아니시요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모든 것을 적당하게 하고 질서대로 하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정시대를 지탱했던 이론은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입니다. ‘임금은 하늘이 낸다.’는 사상입니다.

 

그래서 통치자를 천자’(天子) 또는 천황’(天皇)이라 칭했으며 이것이 변하지 않는 통치질서였습니다.

 

과거의 통치 질서는 아주 명확했습니다. 최고통치권(왕족)이든 중간통치권(귀족)이든, 모든 권세는 하늘로부터 받은 정당한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피지배층마저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12세기 말엽 고려 신종 시절, 무신정치 태두였던 최충헌의 노비 만적이 반란을 꾀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 우리도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밀고자로 인해 미수에 그치고 피바람만 몰고 왔던 이 사건을 역사는 만적의 난이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견고한 통치질서에 반기를 들었다가 된통 혼줄 난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주권재민(主權在民) 사상이 주도하는 요즘까지, 옛 시절의 향수에 젖어, 형식적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는 국가도 있습니다마는 겉멋일 뿐 실제는 그들 나라도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왕권신수설을 근거로 하는 통치질서에서 피지배층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의무는 (이유와 변명이 통하지 않는) ‘맹종하나뿐이었으며, 이를 충성이라는 덕목으로 보기 좋게 포장했었습니다.

 

확언하건데 왕권신수설의 요체는 지배층의 무한 향유와 피지배층의 극한 희생입니다.

 

참으로 엉터리 같은 이론이지만, 수 천 년 간 인류역사를 지배해 왔습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교회의 잘못된 일에 대해 목사들에게 좀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목사가 어지러움의 하나님이 아니라 질서의 하나님이다.”라며 윽박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오늘 본문의 단어들을 대충 조합해서 만들어낸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컨대, 그 목사는 하나님께서 교회에 세우신 질서를 목사장로안수집사/권사서리집사권찰일반성도순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망상에 사로잡힌 목사였기에 새까만 서리집사가 감히 목사에게 따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질서의 하나님이라는 강변 속에는 심히 불쾌한 속마음이 담겨 있었으리라 짐작됩니다.

 

하나님께서 교회통치를 위해 목사들에게 무소불위의 군림권을 주셨다.’는 목사성직론자 내지 목사소명론자들의 주장에 흔쾌히 동의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들을 왕권신수설로 부르신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적당하게 하고 질서대로 하라.”는 말씀은, ‘위계질서의 개념이 아니라, 목사를 포함한 모든 교회 구성원들 간의 협력질서를 당부하는 말씀입니다.

 

 

성도들에게 합력하여 선을 이룰”(8:28) 사명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