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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십자가 위에서의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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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그림은 ‘치부를 가린 상태로 십자가에 달려 계시는 주님’의 모습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아무리 죄인의 누명을 쓰고 십자가형을 당하셨다 하더라도, 치부만큼은 가려야 한다는 최소한의 ‘품위’를 고려한 인식입니다. 그리고는 이게 사실일 것으로 믿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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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은 품위를 몇 가지 의미로 설명하고 있으나, 오늘 생각해 보려는 주제와 연계하면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이라는 의미가 적당할 것입니다. 아울러 사전은 ‘위엄’을 ‘존경할만한 위세가 있어 점잖고 엄숙함’으로, ‘기품’을 ‘인격이나 작품 따위에 드러나는 고상한 품격’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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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생활에 있어서는 ‘품위’의 개념이 상당히 왜곡되는 듯합니다. 즉 품위란, 어느 분야가 되었든, 일단 성공한 자들에게 적용되는 용어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권력과 명예와 부에 상응하는 개념입니다. 내세울 것이 없는 이들에게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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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세상적 현상이 교회에도 스며들어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도 품위라는 단어는 소위 알려진 이들에게나 적용될 뿐입니다. 목사의 품위, 신학교수의 품위, 장로의 품위 등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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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성경은 품위를 사전적 의미는 물론이요 현실적 의미와도 전혀 다르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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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밝히는 주님의 사명은 ‘인류구원’인데 이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성육신’이었습니다! 성육신이란 창조주께서 범죄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성육신은 ‘품위를 상실하신 것’입니다. 성육신은 전형적인 ‘失品位 내지 無品位’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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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무품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시는 것이 바로 골고다 십자가입니다. 주님은 천만불행하게도 ‘발가벗겨진 상태’로 십자가에서 달리셨습니다! 여기서 ‘발가벗겨진’이란 말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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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부끄럽고 당혹스러웠으면 성경도 이 모습을 명확히 기록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공관복음은 단 한 절씩만으로(마27:35; 막15:24; 눅23:34) 처리하고 있고, 요한복음도 달랑 두 절(19:23-24)로 기술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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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생략된 기술로는 당시 정황을 정확히 유추할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추리력을 선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조금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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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19:23절에서 말하는 “네 깃”의 외연(外延)을 조금 확대할 경우,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 당시 신체보호용 의복류로서는 머리수건, 허리띠, 겉옷, 속옷, 신발 등이 해당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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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5종 이외의 또 다른 의복류는 없었을 것입니다.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팬티나 여성들의 미용 의류인 거들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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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후대 학자들이 연구한 고대 유대인들의 평상복에 대한 설명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속옷 하나에 겉옷 하나’를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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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은 장딴지까지 내려오는 세마포나 털로 만든 것으로서 맨 몸에 걸치고 일할 때나 걸을 때는 위로 걷어 올렸다고 합니다. 부자는 속옷을 두 벌 입었는데 이는 호사스러운 일로 간주되었다 합니다(막6:9).(마5:40, 눅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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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옷은 실로 짠 큰 사각형의 천을 어깨 위로 입을 수 있게 한 것으로 옆에 팔을 끼는 구멍이 있다고 합니다. 물건을 싸서 날랐고(출12:34, 삿8:25) 이불 대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전당잡히지 말아야 했습니다(출22:26-27). 네 귀퉁이에는 술을 달았습니다(민15:37-40, 신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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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성경 4곳에 간략히 기술된 십자가 처형장면의 분위기로는 5종의 의복이 전부 벗겨졌고, 주님께 남겨진 다른 옷은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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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당시 십자가 형벌의 의미를 살펴야 합니다. 십자가는 최악의 형벌이었습니다. 너무나 잔인하고 비인격적이었기 때문에, 로마시민권자에게는 시행치 않았습니다. 이 형벌의 목적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모멸감 및 도덕적 수치심’을 가하려는 데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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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분명 “행악자”의 한 명으로 처형당하셨습니다(요18:30). 행악자에게 인격적 대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수형자는 짐승과 진배없습니다. 일부러라도 수치심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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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벌거벗는 것’을 조금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체주의자가 아닌 정상인이라도 벗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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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모태신앙이라 강변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전방위적 비판을 쏟아내는 교수가 있습니다. 그 양반의 딸(사진작가)이 자신의 벌거벗은 나체사진을 자랑스레 공개하며 ‘예술 운운’하고 있다 합니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아주 당당한 모습이 돋보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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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그녀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도 아니요 찬반을 논해보자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녀는 자신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행위 자체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하자는 것입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합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은, 예술적 확신을 위해 스스로 벗은 그녀와, 정반대의 심정이었습니다. 주님은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셨습니다.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스스로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고 싶으셨’(마27:40)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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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것입니다. 주님께서 수치심을 제대로 느끼시기 위해서는 반드시 ‘벌거벗겨진 상태’로 달리셔야만 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 앞에서 도저히 가릴 수 없는 극한 수치심 - 이게 주님의 정확한 실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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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십자가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비탄만이 아닙니다. 도덕적 수치 또한 피해 갈 도리가 없습니다. 십자가는 최악의 수치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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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주님을 믿는다는 이들에게는 과연 품위가 있을까요? 설교한다고 해서, 성경을 가르친다고 해서, 다른 이들의 공인을 받아 장로가 되었다고 해서, 신유와 방언 등 부정할 수 없는 외형적 증거가 있다고 해서,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품위를 지닌 성도다.’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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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는 이가 있다면 골고다 십자가를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조그만 천 쪼가리 하나도 걸치지 못하시고 벌거벗겨진 상태로 달리신 주님 모습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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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는 우리의 본래의 실상을 잊지 말라는 간곡한 부탁입니다. 어줍잖은 품위나 내세우며 폼 잡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폼 따위는 세상 종교인들(특히 종교지도자들)에게 양보하고, 주님을 믿는 우리는 그냥 수치스러운 삶을 감수하며 살라는 명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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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독신앙은 자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치스러운 모습마저 거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삶을 어찌 인간 스스로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의 능력을 덧입지 않고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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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의 십자가일지라도 기꺼이 감당하려는 다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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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경준 목사가 쓴 “우리가 잘 모르는 것들 성경에는 있다.”라는 책 pp.180-186에는 ‘예수님의 속옷 이야기가 있다.’라는 단원이 있습니다. 요한복음 19:23-24절을 해석하는 내용인데, 그 요지는 ‘예수님은 완전 나체로 죽임 당했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과 일치합니다. 다만 속옷 ‘키톤’을 히브리어 ‘쉐라드’(공교하다. 정교하다)와 연계시켜 ‘제사장 속옷’으로 단정한 것이 옥에 티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사장 옷을 결코 입지 않으셨고 입으실 필요도 없으셨고 또 입으실 겨를도 없으셨습니다. 이 점만 조심하면 한번 읽어볼 만한 글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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