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하나님의 성호(聖號, 거룩한 이름) (Ⅱ)
[묵상] 하나님의 성호(聖號, 거룩한 이름) (Ⅱ)
▣ 마치 ‘하나님의 이름’인 것처럼 착각하기 쉬운 구절 검토
아무 생각없이 신앙생활을 하다가 보니, 귀에 익숙한 “하나님, God, 여호와(Jehovah), 엘로힘” 등이 영락없는 하나님의 성호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위 4가지 용어 중에서 번역어인 ‘여호와(Jehovah), God, 하나님’은 부차적이므로 생략하고 원어(히브리어)인 ‘엘로힘’만 짚고 가겠습니다.
원어성경을 참조하면 첫 장부터 ‘엘로힘’이 나오므로 당연히 “하나님의 성호”라고 믿겠지만 아직은 성급합니다. 누구도 이 명칭의 타당성을 보증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살피겠지만 본래 히브리어로 하나님의 이름은 출3:14절에 근거하여 “야웨(또는 야훼 = 이후 ‘야웨’로 일원화)”로 봄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소위 ‘신성4문자(Tetragrammaton)’이라 불리는 히브리 자음 4개만으로 표기해 놓고는 절대 발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후대 유대인들은 이 발음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AD 6~7세기경에 맛소라 학자들이 음가(音價)를 복원하면서 유사한 ‘야웨’로 복원하면서 이전 히브리어에는 없던 ‘모음’을 첨가하여 ‘엘로힘( אֱלֹהִים֙)’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이것을 구약성경에 소급 적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히브리어 성경의 “엘로힘”은 ‘AD 7세기경’에 급조된 신조어에 가깝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제 이 정도의 사전 정지를 하였으니 그 유명한 출3:14절로 가보겠습니다.
▣ 출3:14절의 문자적 의미 해석
아담으로부터 족장시대에 이를 때까지 하나님의 이름이 밝혀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세가 “하나님의 이름이 무엇입니까?”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13절).
이에 대한 하나님의 답변이 14절의 “스스로 있는 자”입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당신의 거룩하신 이름을 알려주신 것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 ‘거룩하신 말씀(성호)’은 엄격한 의미의 이름이 아닙니다. 언어학적으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시기적으로 오래된 언어 순으로 출3:14절을 인용하겠습니다.
○ 히브리어 : “אֶֽהְיֶ֖ה אֲשֶׁ֣ר אֶֽהְיֶ֑ה” (에예르 에쉬르 에예르 or 에흐예 아쉐르 에흐예)
○ 칠십인역(LXX) : “Ἐγώ εἰμι” (에고 에이미)
○ 영어 : “I am who I am.” (or “I will be what I will be”).
○ 한글 :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최초 기록인 히브리어 “에예르 에쉬르 에예르”의 의미는 뒤따르는 여러 역본들이 충실하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최초 번역인 칠십인역(그리스어)의 “에고 에이미”나 영역본의 “I am who I am.”은 모두 히브리어의 뜻을 잘 번역하였습니다.
그 의미는 그냥 “나다. 나라니까.”입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이에서 사용되는 ‘나야’의 뜻입니다. ‘이름’이라면 당연히 고유명사여야 하는데 ‘나다’는 대명사에 가깝습니다.
한글은 “스스로 있는 자”로 번역했는데 “자존자(自存者)”의 뜻입니다. 즉, ‘창조된 피조물이 아니라 애초부터 스스로 존재하는 자’의 뜻입니다. 역시 고유명사는 아닙니다.
하나님의 최초의 이름이 기록되었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출3:14절의 의미는 모든 언어로 봤을 때 ‘이름’이 아니라 ‘존재의미’를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학자들은 어려운 말로 ‘존재 자체(ipsum esse)’라 한다 합니다.
즉, ‘여전히 하나님의 이름’은 오리무중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 히브리어 “에예르 에쉬르 에예르”가 어떻게 ‘야웨’로 되었는가?
앞에서 얼핏 말했듯이 히브리어는 자음으로만 기록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다가 AD 6~7세기경에 이르러서야 모음을 첨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말미의 맛소라 모음기호표 참조).
그러므로 고대 유대인들은 출3:14절의 “스스로 있는 자”를 4개의 자음만으로 표기했습니다. 이것을 ‘신성4문자((Tetragrammaton)’라 합니다.
※ 히브리어 신성4문자 「헤(י) 바브(ה) 헤(ו) 요드(ה)」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야 합니다. 즉, 요드가 먼저이고 헤가 마지막입니다. 라틴어로는 간편하게 「YHWH」로 표기합니다.
문제는 이것을 기록까지는 했는데 “내 이름을 망령되지 일컽지 말지니라.”라는 제3계명을 철저히 준수하려고 아예 발음을 하지 않게 되었고 후대에 이르러서는 자연히 그 음가(音價)마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맛소라 학자들이 힘들게 복원한 것이 ‘야웨’입니다.
‘야웨’는 히브리 be동사(있다)의 원형인 HYH(헤 바브 헤) 또는 HWY(요드 바브 헤)에서 파생된 말로 추정되며, 마지막 모음가 ‘에’를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야웨’는 “있다(to be)”에서 온 말로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3시제를 포괄’하는 단어입니다. 즉 ‘영원성’을 내포한 용어입니다.
아무튼 어렵게 복원해 놓고도 신성4문자는 여전히 발음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주님”이라는 의미의 단어 ‘아도나이(Adonai)’의 모음 ‘ㅏㅗ ㅏㅣ’를 차용하여 YHWH에 붙여서 읽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야웨”입니다!
복원된 ‘야웨’는 어떤 모음기호를 붙이느냐에 따라 아래 표와 같이 2가지로 발음됩니다. 즉 “예호와”(라틴어 ‘여호와’의 근거) 또는 “야웨”가 곧 그것입니다.
참고로 초기 교부들 시대에는 교부들은 YHWH를 헬라어로 쓸 때 모음을 붙여서 표기했는데 이유는 헬라어는 자음만으로는 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교부들이 복원한 모음이 ‘야웨’와 비슷했습니다. 예를 들어,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AD 3세기)는 ‘iaoue(야오웨)’로 표기했고, 데오도레(AD 4세기)는 ‘iabe(야베)’로 표기했습니다.
한편 BC 400년에 엘레판타인이 이집트에서 쓴 아람어 글자에는 YHW가 나오는데 이 또한 ‘야후’ 정도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논거만으로 본래의 이름이 ‘야웨’였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본래의 발음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계속 -